타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쁜 장신구를 벗을 수 없는 느낌도 있고요.
충동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의 경계가 있는데, 그 경계에서 타투가 이루어지는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저는 제 태도에서도 매력을 느껴요. 제가 작업을 대할 때 내 그림이 사람한테 잘 어울린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고, 그런 요인들이 이 작업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리프레쉬되고 긴장해야 하고 이런 것도 되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작업을 하면 피작업자와 작업자가 물아일체가 되는 느낌? 프리핸드라서 더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내손의 방향, 감각에 따라 이미지가 변환되니까. 더 몰입하게 되고, 약간 빨려들어가는 느낌도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 작업을 많이 할 땐 힘들다는 게 강했는데, 쉬면서 생각해 보니까 그때만큼 무언가에 몰두하고 혼신을 쏟아부은 적이 있었다는 게 고마울 정도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프리핸드 작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작업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 부탁드려요.
프리핸드는 먼저 고객이 어떤 걸 원하는지 들어보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전체적인 계획도를 그려서 보여드려요. 그분이 좋아하는 걸 찾는 과정에서는 역으로 질문도 드리고, 겉모습도 어느정도 손님의 취향에 기반하는 거니까 참고도 해요.
그리고 레퍼런스를 보여드리면서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말씀드려요. 정해진 선이 있었는데 그게 빠지고 이쪽으로 들어갈 때 더 예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그런 과정에서 제 자율성이 크게 작용해요.
단순히 손님이 원하는 걸 그대로 끌고 간다면 제 색깔보다 개개인의 다양한 색이 나오니까. 그렇게 제 작업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걸 원하진 않아요. 그래서 제 작업의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손님이 원하는 게 제 작업의 정체성에 의해 다시 드러나는 느낌? 제 작업을 통과해서 손님에게 어울리는 옷이 더 만들어지는 느낌이에요.
제 자유도가 큰 만큼 책임지는 것도 많아지고. 불안도 하지만 그걸 안 좋게 생각하진 않아요. 책임감이 느껴질 수록 더 섬세하게 작업하게 되고 페이스를 지키케 돼서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커스텀 같은 경우는 프리핸드랑 한 끝 차이라고 느끼는데, 프리핸드는 당일에 직접 만나서 결정하는 거라면 커스텀은 그걸 한 번 더 가공시켜서 피작업자 분의 니즈를 더 많이 담는 형태. 근데 이런 틀은 유지하되, 다양한 분들이 오시니까 환경에 따라도 프로세스가 많이 바뀌기도 해요.

<벌의 샘>, freehand, ink on skin, 07. 28. 2022
제작된 도안 기반이 아니고 프리핸드 위주로 작업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 성격적인 게 되게 커요.
저는 제 디자인을 만들어서 찍어서 해도 자신있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그때 만나서 뵙고 그 자리에서 직접 짜줬을 때 항상 그럴 때 잘할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손님들 뵙고 어떤 요소를 좋아하는지, 그럼 이렇게 했을 때 만족하실 거 같다 얘기도 해드려요.
그런데 요즘에는 프리핸드도 제 손에서 체화된 감각이 나오는 느낌이에요. 무의식적으로 손에 익혀진 선이나 텍스처가 나오니까. 그래서 요즘은 도안 위주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제가 디자인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기존에 하던 걸 넘어서는 어떤 걸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상을 뽑고 싶어서. 도안을 만들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느낌?
프리핸드 아티스트 이런 느낌도 덜고 싶었는데,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맞지만 카테고리화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요. 저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다 잘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음악, 소리 이런 걸 작업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관심. 타투의 느낌을 어떻게 더 뺄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2022.08.23
freehand, ink on skin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계속해서 제 작업을 많이 관찰하고 계속 뇌를 리프레쉬하는 것. 작업하고 그걸 계속 새로운 시각으로 많이 보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뭐가 더 나올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이 과정들에서 제가 저를 믿는 게 되게 커서 어떤 일이든 시도할 때 계속해서 확신이 들고, 그걸 스스로 증명하려고 해요. 끊임없이 스스로 일기를 쓰는 느낌이에요.
내가 소홀한 거나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 고치고 싶어해요. 안 좋게 말하면 자기 검열이 심한 건데, 그걸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고 싶어하고 이 일을 너무 사랑하는 게 큰 것 같아요. 이 일을 너무 좋아하니까 더 잘하고 싶어요.
본인이 삶에 있어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뭔가 선언하는 건 되게 어려워요. 이게 저한테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사실 흐르듯이 사는 사람이거든요. 하고 싶은 거 있음 무조건 해야 하고, 제가 느끼는 자기 성취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해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지키면서, 흥미로운 것들이 생겼을 때 그걸 열심히 하고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것 같아요.
타투를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나는 예술가야 아니면 기술자야?'
시술을 하는 입장이니까 어느정도의 기술력은 필요하지만 저는 사실 기술자이면서도 예술의 영역에 속해있다고 느껴요.
오로지 예술가로 남을 수 있는지는 더 많은 얘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항상 존재해야 이루어지는 작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타투 이상의 것으로 더 연장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 것 같아서.
프리핸드를 하는 과정에서는 제 의견이나 절충점을 통해서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는 있는 것 같아요.
- 지민님 작업에는 본인 생각이나 관념이 많이 투영되니까.
네, 기술력이 토대가 되는 건 맞는 것 같고. 그 안에서 정말 자유롭게 놀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고객에 의해 내 생각의 흐름이 변동된다면 그게 오로지 내것일 수 있나 싶어요. 그럼에도 그걸 결정하는 사람은 저니까. 저도 항상 고민해요.
'cutyboyoi' 님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
요즘 친구들이랑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사서 바보가 된다.'
이게 안 좋은 뜻이 아니라 뇌를 놓고 싶다는 생각? 회피적인 게 아니라 동심과 가까워지는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서 바보가 되고 동심으로 들어가는 것들, 되게 제가 느끼기에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 온 것들이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느껴요. 어른이 된다고 동심이 사라지는 게 아닌? 그래서 조금 더 유치하고 싶은 느낌.
흘러흘러 도달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살구색 하늘, 핑크색 바다, 레몬소다 마시고 ...
해로운 존재 없이 무해하게 있을 수 있는 유희적인 공간으로 가고 싶어요. 귀여운 사람들과 유토피아 같은 느낌?
가고 싶은 곳을 생각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바다에 슈팅스타 톡톡 터지고, 귀여운 존재들이 막 돌아다니는? 거기 가서 놀고 싶어요. 그냥 되게 현실에 없는 곳.
어떤 고민 없이 제 마음 속에 있는 정제되지 않은 파편이나 귀엽고 러블리한 요소들이 즐비해 있는 공간에 가서 그들과 하나가 되고 싶은. 이런 마음으로 작업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 그 속에서 본인은 어떤 모습?
저도 캐릭터로 변해 있을 것 같아요.
@cutybo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