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타피스트리 작업을 하고 있는 김로와라고 합니다.

특별히 타피스트리 작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때 패션디자인을 했는데 졸업을 하려면 졸업 작품을 만들어야 됐어요.
근데 저는 도식화를 너무 싫어하고, 무엇을 만들기가 싫더라구요.
그래서 가장 기본 원형의 소재를 새롭게 만들면 그래도 졸업은 시켜주지 않을까해서 시작하게 된 게 타피스트리에요.
기본 틀에 원단을 특이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와님이 생각하시는 타피스트리의 매력은?
시간에 비례하게 작업물이 나온다는 것?
누군가 아무리 제 작업물을 폄하하더라도 이 시간들인 건 거짓말이 아니니까.
똑같은 걸 짰어도 그래도 난 여기에 한 달을 투자를 했다는 게 스스로 위안이 돼요.
시간에 비례하고. 네, 그게 제일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제 노력이 한 치의 오차없이 그대로 나타나는 느낌.



작업물들은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개인 작업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들, 뱉어내고 싶은 것들에서부터 시작을 해요. 
의뢰가 오면 거기에 맞게 시작을 하고 그 외에는 감정에서부터 출발을 합니다.

로와님만의 생각을 기록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제가 생각이 쓸데없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infj라ㅎ 근데 웬만해선 다 적어놔요.
그래서 새로운 작업을 하면서 적어 놓은 걸 다시 보게 되면 안 좋은 시기들도 많이 오더라구요.
그 감정에 다시 몰두하니까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아무튼 정리,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종이에다가. 노트북은 안 쓰고 종이에다 많이 써요. ​​​​​​​

<깊이감(Depth)>, Lowa Kim, mixed yarns with diverse textiles, 130x90cm(3pieces), 2020.

<깊이감(Depth)>, Lowa Kim, mixed yarns with diverse textiles, 130x90cm(3pieces), 2020.


대표작을 작업하실 땐 어떻게 영감을 받으셨나요?
아직 작업을 시작한 지, 첫 전시한 지도 1년도 안 돼서 시그니처라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작업물이 암순응 중에 <깊이감>이었거든요.
그게 이제 3겹짜리 작업물 구멍이 점점 좁아지는 형태인데,
개인적으로 많이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감명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있던 환경의 모습을 패브릭으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서, 그게 그렇게 나왔어요.



작품 속 검은색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검은색은 로와님 내면에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할 때 있어서 제가 쓰는 말이긴 한데 ‘해야하니까 한다’고 얘길 많이 하거든요.
친구들이나 누가 작업 좀 쉬엄쉬엄해 라고 말하면
쉬엄쉬엄 할 수 없는 게 '이걸 토해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 작업을 한다고' 해요.
그 프레이스에서부터 어둡긴 하잖아요 그래서 검은색인데, 

근데 또 유독 검은 색인 이유는
예를 들면 노란색이었으면 노란색은 막 누르스름한/누리끼리한 노란색, 햇병아리 노란색 이런 게 많은데
검은색은 어쨌든 검은색이고, 그 스펙트럼이 물론 넓겠지만 그래도 조금 덜 하다고 생각했고.
소재만 달라도 같은 검은색이 달라보일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어서.



혹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전 질문으로 봤을 때 사실 제일 어려웠던 질문이었거든요. 
솔직한 답변을 하면 제가 만든 제 개인 작업들은 저의 가장 악취나는 부분들을 담은 작업들이어서,
좋아하는 작업물들은 아닌 것 같아요.
가장 못생긴 걸 표현을 했다 생각했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못생긴 걸 넣은 거라 그냥 저의 일부지 제가 좋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더 좋은 걸 만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할 수 있는 거를.



예술가로서, 로와님이 느끼는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저를 예술가로 아직 생각 안 하고, 인정 못하겠고, '평생 그냥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요.
작가님이란 소리 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데 거기서부터 기인을 했던 게 저는 저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 예술을 하는 그리고 거기에 자부심이 있는,
저와는 너무 다른 방식의 예술을 하는 분들이 많이 다가오게 되더라구요. 
제가 그 환경에 노출이 되더라구요. 

제가 살아온 방식은 너무나 엘리트적으로 누가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대학교를 가고 취업 준비하다가 약간 아파서 이렇게 흘러온 케이스였는데
그래서 조금 본인을 예술가라고 생각을 하는 분들과 저를 비교하면서 그 어려움이 되게 많았고
지금도 항상 해요. '아 이런 사람들이 예술하는 거구나' 생각도 들고.
거기서 오는 자아성찰? 그런 게 많은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자기를 정의하는, 그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네. 내가 맞는 건가? 그렇다고 되고 싶을까 라는 생각까지도 가는 것 같고. 

김로와 개인전:암순응(프리뷰), 전시 전경 中 <쉬었다 가세요>, 2021.




로와님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

조금 긴데, 괜찮을까요.
제가 a라는 길과 b라는 길이 있는데 저는 b로 가야할 사람이지만 계속 a로 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a와 b의 길이 갈림길에서부터 90도 이상 벌어졌었거든요.
근데 수호신이 있다면 아니면 저를 지켜보는 사람이 위에 있다면
‘너는 b로 가야하는데 자꾸 a로 가?’ 해서 저한테 굉장히 큰 힘을 줬거든요.
큰 충격을 줘서 자동차로 따지면 직진을 하다 갑자기 확 틀어진 느낌인데, 

그래도 그분의 뜻대로 드디어 b로 왔는데
그 힘이 너무 센 나머지 맞는 길이지만 그걸 지하로 가는 느낌이에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그 방향이 지하로 가고 있는?
그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니고, 그래도 제 갈 길을 찾았으니까.

그래서 제가 흘러가는 곳은 거기서 올라오는 길을, 그 길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흘러흘러 도달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바다를 흐르고 있는 로와님의 모습은?

제가 추구하는 바다와 제가 아는? 도달하게 될 바다가 너무 상반됐는데
결국 제가 도달하게 될 곳은 파도가 엄청나게 세게 철썩이는 곳일 것 같거든요.
친구들끼리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날래 질문을 자주 하는데
저는 바다에 파도에 철썩여서 깎이는 큰 돌맹이가 되겠다고 말해요. 
그래서 흘러흘러 가면은 그러한 바다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겨울에 자비 하나 없는 그런 바다.

거기서 되게 휩쓸려서 고군분투 하고 있을 것 같달까요.
같이 흐르지는 않고 굉장히 투쟁하는 느낌으로, 그 흐름에 역행하기 위해서 굉장히 고군분투하는데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치도 못 가더라도 그게 절대 헛되진 않았을 것 같은 느낌?
그걸 바라는 걸 수도 있고.

반대로 추구하는 바다는 굉장히 잔잔하죠. 따뜻한 지중해성의 바다를 가서 햇빛 받으면서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걸 제가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권태롭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열심히 아등바등하며 사는 게 팔잔가 하는 것도 있어서, 마음 속 이상향 정도?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다음 작업 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4월 말, 다른 작가님하고 같이 2인전으로 전시를 일주일 간 하게 되었어요.
주제도 전에 했던 개인 전시랑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고. 스포일러를 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쨌든, 깊은 내용이 주제일 것 같아요. 




— SPECIAL.

관심사가 빈티지 옷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들은 사실 자기 작품이랑 자기의 이미지가 잘 맞는 건가 이런 고민하잖아요.
전시 갈 때도 뭐 입을지 하시고. 컬러를 작품 색에 맞춘다든가.
로와님이 직접 전시하셨을 땐 어떤 스타일을 형성하셨는지?

생각해 보니까 계속 검은색을 입었더라구요.
검은색인데 노출을 좀 많이 꺼려해서
검은색에 머리 길고, 발목까지 다 가려지는 검은 원피스.
그런 이미지를 추구하면서 입었던 것 같아요. 

이제 아주 옛날에 들었던 어떤 인터뷰 내용이어서 
그 가수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의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여자는 노출 하나 없이 눈빛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할 수 있다’  
라고 하셨다고 해요.
저도 뭔가 그러한 여성이 되는 게 멋있겠다 싶어서
항상 검은색 입고 그 이미지에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렇고.







@lowakim_
lowatapest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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