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군대에 있을 때, 자연 속에서 지내다 보니까 잡생각도 사라지더라고요.
또 그림 스타일을 조금 바꾸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자연스럽게 인위적이지 않은 것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관심사라고 하면 취미, 주제, 토픽 이런 게 있는데, 그런 게 있는지?
요즘은 소품 같은 데 관심이 많아요. 원래는 이런 거 할 생각 없었는데 요즘은 아예 이쪽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가구나 컵, 굿즈 같은 소품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노트도 그냥 싼 거 쓸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더 들여서 예쁜 걸 사곤 하잖아요.
이런 소품이나 주변 환경이 주는 느낌처럼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어요. 



본인 삶에 있어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나답게 사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젊고 학생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채워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인생을 나답게 살자!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단 즐거움과 호기심. 키워드로 하면 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호기심이 있어야 주변에서 무언가를 봤을 때 ‘이건 왜 이렇지?’ 이런 생각도 하고, 거기서 발전해서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또 저 같은 경우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려는 작업 스타일을 가지고 있거든요. 즐거움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니 나중에도 결국 내가 뭔가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면 즐거워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서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작업 계정을 살펴보니, 인물의 옆모습을 그린 그림이 많이 보입니다. 주로 옆모습을 그리시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사람의 옆모습을 볼 때 호기심이 많이 생겨요. 그런데 바로 옆에서 보는 것보다는 약간 뒤에서 대각선으로 보는 모습이요. 
이게 이목구비가 다 안 보이고 얼굴 라인만 보이는 각도이다 보니 이 사람이 누군지 알기 어렵고 묘한 인상을 주는 느낌이 들어요.
또 이 모습이 누군가가 딱 드러나는 얼굴이 아니니까 특정한 누구를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그 그림에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추상적인 거나 꿈에서 본 것 같은 모습들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어쨌든 작업할 때 중요시 했던 건, 선의 아름다움. 옆 라인이 선이 예쁘잖아요.



정면보다는 옆모습을 그리는 게 좀 더 보는 사람들에게 ‘정면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의도도 있어요.



<Myself>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예요?
이 작품은 교수님이 나에 대한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과제로 내주셔서 만들게 됐어요.
제가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서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얘는 무통이다’ 라는 말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도 절대 스트레스 안 받지 않고,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해맑은 캐릭터를 만든 거예요.
저 사람 스트레스 잘 안 받는다더니 이상할 정도로 웃고 다닌다며 동네에 소문이 난 거예요. 너무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봤어요.



사용하는 매체가 다양해 보입니다. 연필, 오일 파스텔, 수채화부터 디지털 드로잉도 보이는데, 그림과 가장 어울릴 법한 매체를 그때그때 골라서 작업하시는 건가요?
사실 작업할 때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손풀기로 그리던 게 작업이 될 때도 있어요.
연필로 그리다가 잘 안 되면 디지털 기기로 해보기도 하고요. 물론 디지털 기기에도 연필 툴이 있긴 하지만, 실제 연필이 주는 느낌은 완전 다르니까 그런 거 하고 싶음 연필로 그려요. 
그때그때 맞는 쪽으로. 하다가 바꾸기도 하고, 처음부터 오늘은 이걸로 해보고 싶다고 정하기도 해요.


그냥 연필 드로잉이면 흑과 백만 있는데, 작업들 보면 분명 흑백이지만 색이 보이는 느낌? 
애니메이션적인 요소가 있다보니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저 색이 무슨 색이다! 라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막상 색을 넣어보면 잘 안 나와요. 어쨌든 연필 드로잉을 할 때는 흑백이라도 톤 차이를 주려고 해요.



그럼 혹시 요즘들어 유독 손이 가는 매체는 뭔가요?
수작업이랑 디지털 작업 각각 다 장점이 있어서… 굳이 고르자면 디지털 기기가 실험적인 걸 하기에는 더 편한 느낌이에요. 수작업으로 하면 신중하게 그려야 하잖아요. 지우개가 있어도 지우면 흔적이 보이니까. 
그래서 낙서할 때는 펜이나 종이로 하고, 채색하거나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때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요. 특히나 요즘은 디지털 드로잉을 더 많이 해요.



<초신성>, <Myself>, <탐욕>, <선물> 등의 그림을 보면, 왠지 종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혹시 그림의 모티프가 있을까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같은 것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의식해서 이런 걸 담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 쌓여왔던 게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 작업할 때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두고 그걸 발전시키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낙서를 늘 해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그리다보면 제가 예전에 봤던 거나 경험했던 것부터 좋아하는 게 툭툭 튀어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담기더라고요. 이걸 바탕으로 계속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작업을 보면 동서양을 넘나드는 듯한 느낌도 있어요. 일본(카툰적인 느낌)이나 서양의 유명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으신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 보면서 좀 놀랐던 게, 의도하면서 이런 걸 넣자 이런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도 카툰 보고, 일본 우키요에 좋아하고, 서양화도 주로 초현실주의 그림 이런 걸 좋아해요. 평소에도 관심 있는 거 컬렉션에 모아두고, 이런 스타일을 내 작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었어요.



이걸 따라하자! 이런 게 아니라 평소에 계속 보다보니까 작업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네. 이런 내가 좋아하는 걸 다 배울 수는 없는 거니까 찾아보면서. 
제가 새로운 정보를 얻는 걸 좋아해서,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요.



영감을 받는다는 게 한 가지 매체에만 집중할 수도 있는데 사진, 그림, 가구, 소품, 패션, 차, 디자인, 타투 이런 게 다 있네요. 아카이브하는 실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Do you smoke?>, digital, 21x29.7cm, 2022

<선물>, digital, 53x70cm, 2020 

최근에 제대하셨는데, 군대 생활하시면서 생각이나 작업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을 거 같아요. 어떤 변화를 겪으셨나요?
일단 작업 이외의 것부터 이야기 하자면, 확실히 군대에 가니까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가 원래는 주변 사람한테 무심하게 대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인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데 내가 너무 매정하게 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도 잠깐 했어요.
사실 군대에서 크게 힘든 건 없었는데, 중간에 잠깐 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있었어요. 그게 군생활 중반을 넘어갈 쯤이었는데, 입대할 때는 군대에 있을 때 나가서 바로 뭔가 할 수 있게 준비를 해서 나가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군대에 있으면 완벽하게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 안에서도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확실히 인풋이 없으니까 뭘 하려고 해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게, 예전에 하던 거에서 발전시켜서 뭘 해야 돼! 같은 생각을 버리고 내가 느끼는 걸 해보자! 였어요. 그래서 혼자 계속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내가 뭘 해야 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갈까?’ 이런 고민을 했죠.



그럼, 예술가로서 생각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뭔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거요. 
입시를 근 3년 동안 하면서 개인 작업에 소홀해졌을 때가 있어요. 그 시기가 끝나고 다시 내 것에 집중해서 해보려고 하니까 어려웠던 게, 제가 예전에 했던 생각이 담긴 작업물이 좋기는 한데 그걸 다시 하려니 이미 제가 변해버려서 그걸 하기 어렵더라고요. 억지로 이런 스타일을 유지해야될 것 같은 거예요. 그게 제 정체성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걸 계속 하려니까 돌파구가 생기는 것 같다가도 안 나오고, 또 그러니까 잘 안 하게 되고… 
군대 가서 계속 고민해보니까 결국 내가 자연스럽게 끌리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어떤 예술을 하고 싶나요? 예술이라는 게 뭔가 장르 말고도, 이런 주제 하고 싶다! 이런 생각하고 싶다!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예전에 고민했던 건 사회적인 메시지나 깊은 의미를 담는 작업을 많이 보면서 ‘나도 저런 것처럼 더 의미를 담는 작업을 해야하나?’ 생각했는데, 그런 건 내가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 있긴 하지만 일단은 아름다운 거나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걸 그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자기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에요. 이런 게 ‘너무 쉽나?’, ‘깊이가 없나?’ 같은 생각도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고, 또 이런 게 주는 힘도 있으니까요. 물론 깊이있는 것도 좋지만 그걸 제가 하긴 힘든 것 같아요.




지금 물어보기에 늦은 감은 있지만, 무술왕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사실 의미는 없어요.
이름을 처음 지을 때 제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다 보니까 그때 한창 배우던 무술이 생각나더라고요. 거기에 재미로 ~왕을 붙인 거예요. 별명 지을 때 많이들 그렇게 하잖아요. 근데 짓고보니 나름 독특한 느낌이라 좋았어요. 딱 봤을 때 까먹지 않을 법한 이름이기도 하고요. 


그럼 무술왕님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
마음 가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구체적 방향성이나 도착지점 같은 건 없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20대 중반쯤 어느 정도 자기 것에 대해서 인정받더라고요. 
물론 그게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예전에는 자기 자리에서 자기 것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빨리 늦기 전에 그 위치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빨리 인정받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러다 보니까 제가 즐겁게 작업하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해야 뭐라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느끼는 걸 보여주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표현하려고 해요.




흘러흘러 도달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바다를 흐르고 있는 본인의 모습은 어떨까요?
이걸 딱 보고 생각났던 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왜 거기서 주인공이 계속 흘러가다가 어떤 신비한 섬에 도달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제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에 닿을 것 같아요. 
우주라든지 뭐 그런 새로운 세계 있잖아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곳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musul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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