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통해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작가, 피오비입니다.
‘POB’라는 예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peace or blue’ 라고 해서 이것은 평화인가 우울인가를 짧게 표현한 건데
저는 이제 같은 대상을 보고도 관람객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게 되게 재밌더라구요.
어떤 분은 행복해 보인다. 어떤 분은 우울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그 관람객의 시선을 주제로 작업하다가 나온 이름이었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기호인간 검정씨, 걱정괴물, 민들레. 3가지가 있는데
먼저 기호인간 검정씨.
그 캐릭터가 약간 화장실 기호 처럼 인간을 단순화한 거거든요.
인간에 있는 요소들을 다 최소한으로 해서 이제 인간의 자세와 감정을 갖고 그 관계에 대해 연구하다가 나온 친구에요.
최소화 했다는 것 자체가 기호화 시켰다라는 걸로 연결되고, 또 멀리서 보면 하나의 글씨처럼 보이게 하려고 검정으로 뒀어요.
그리고 막 이름을 멋있게 짓기보다 단순하게, 기호인간 검정씨라 했고,
글씨 같은 인간의 모습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켜서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아채고, 자신을 탐구하길 바라면서 나온 친구였어요.
그래서 이 기호를 보고 사람마다 ‘슬퍼보여’, ‘편해보이는데?’이런 사람도 있었고 그런 게 재밌어가지고.
그렇게 두 가지, 세 가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그런 캐릭터예요.
걱정괴물은 사람들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터질 것 같은 걱정 하나씩 갖고 살잖아요.
근데 그런 걱정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귀여울 수 있어라고
자신의 걱정을 투영시키고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고 인식하게 하는 괴물 이야기 하나랑,
20대인 저의 고민을 담은 민들레 작업. 이렇게 하고 있어요.
저는 원래 민들레 홀씨를 보면 꼭 입으로 불었어야 했던 사람이었는데,
그게 홀씨를 자유롭게,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고 꽃을 피울 기회를 줬다고 생각해서 그랬거든요.
근데 이제 날아가는 홀씨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닌, 바람에 의지한 채 날아가잖아요.
그럼 걔네가 과연 행복할까? 사실은 되게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자기가 어딘가에 떨어져 꽃을 피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날아갈 수도 있겠다라는 고민이 들었는데,
이 모습이 딱 지금 20대들이 자신의 앞길을 찾아가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 공감이 가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네, 홀씨는 저의 지금의 모습? 그냥 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소개에서도 말씀하셨고, 작품 속에도 위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혹시 POB님이 생각하시는 '위로'란 무엇일까요?
제가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너 지금 되게 아픈 사람이야’ 일깨워주는 게 위로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힘들어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걸 일깨워주는 게 위로였던 것 같아요.
제 작품을 보고서 사람들은 ‘슬퍼보여’라고 하면서 내 감정상태가 생각보다 우울한 상태구나 깨달을 수 있고,
그래서 작업하는 것도 있어요.
생각보다 당신은 지금 아픈 사람이니까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걸 전달하고 싶어서.
위로를 주제를 잡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앞으로도 주제가 위로라든가 사람들의 심리를 보듬어주는 작업이 계속될까요?
제가 지금 섬유쪽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제 질감으로도 위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마 계속 그쪽으로 갈 것 같아요.
양모펠트나 천 염색하는 것, 미싱, 바느질 기법 같은 것들을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천이나 실 같은 걸로 하는 예술 중에 패브릭, 터프팅, 타피스트리 등등 되게 많잖아요.
그중에서 POB님은 어느 분야를 원하시나요?
진짜 제가 그냥 다 하고 있거든요.
타피스트리도 하고, 뭐 인형도 만들고, 옷 만드는 것도. 이것저것 다 배우고, 거기서 제 작품에 맞는 걸 찾아요.
제 작품에 표현하고 싶은데 모르면 답답하잖아요.
전 그게 싫어서 다 해보고 제 작품에 나오면 그거에 맞춰서 하는 거라서.
또 제가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딱 한 가지 장르로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섬유라는 거에 빠지면 거기에 막 모든 걸 해보고 싶은?
—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들이 있나요?
일단 제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는 거에 되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감정, 심리 이런 이야길 하니까 자칫 왜곡 되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 하자. 왜곡되지 않게 최소하게 간결하게 하자 그걸 생각하는 편이고.
다만 저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관람자들이 자신을 투영해서 자신만의 결론을 가지고 가는 걸 되게 중요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민들레 홀씨 작품에서도 제 홀씨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홀씨는 어떤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걸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외부적인 형식이나 구도, 색 같은 건?
저는 평면 이런 것 보단 어떤 한 공간 자체를 바꾸고 싶어요.
그래서 설치작업이 많은? 그 전에도 나무 토막 40 몇 개를 달았거든요.
그때 다신 안 하겠다 했었는데, 본능적으로 공간을 바꾸고 싶다는 집념이 강한 것 같아요.
제 전시공간 만큼은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고 싶어요.

<공백의 기호>, POB, 가변크기, 2021.

그렇게 되면 설치도 당연히 들어가고, 조소 등등 장르가 어쩔 수 없이 범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맞아요.
아 나 회화도 하고 싶어, 조소도 하고 싶어보단 '이걸 전달하고 싶어' 다음에 장르를 정하는 거라서.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최선을 다해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그런 자신의 예술 장르를 한 가지로 정의한다면?
저는 이걸 다 합쳐서 동화 작가라 하고 싶어요.
저의 한 경험을 동화처럼 쓰고.
그거에 맞추어 입체로, 회화로든 표현하는 거라서,
동화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트페어 전시를 통해 느낀점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전시를 하고, 또 전시를 마친 뒤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 첫 전시셨죠.
네, 대외적으로 많은 분들 만나고 소통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맘 잡고 준비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결론적으론 너무 행복한 기억이었는데, 사실 준비할 땐 행복이란 단어는 조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다른 작가님들 인스타그램같은 걸 보면 너무 활발한 작가님도 많으셨고,
내가 낄 자리가 되나 싶어서.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제 작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것도 사실 처음이었어요.
항상 학교 친구나 교수님께 보여드리다가, 나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트페어에서 너무 제 작품 좋아해 주시고,
다른 작가 분들도 많이 만나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거에요.
작가로서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에서 조금 ‘아 나 작가 해보고 싶다’라고 마음을 먹게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너무 즐거웠고, 근데 또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어서 후에는 외롭더라구요.
저는 오신 분들에게 작품 설명을 다 해드렸거든요.
이야기를 들어야 작품을 한 번 더 살펴보시는 것 같아서.
그렇게 소통하다가 집에 오니 너무 공허하고 외로운 거예요.
처음 느껴보는 공허함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그때 경험한 걸 말해라 하면, 그냥 행복했어요.
너무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나름 ‘작업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발판이 될 수도 있었고.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인가요?
: 나의 작업을 싫어하는 사람들
저는 항상 이제 분기 별로 제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이, 상처 주는 사람들이 찾아와요.
‘나는 네 작품 이해 안 돼’ 하는 사람.
막 작업 발표하는데 ‘저는 저런 사람은 답답해서 이해 안 가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같이 미술하는 애 널리고 널렸어’ ‘너 작품 열심히 하고나 말해’ 이런 얘길 항상 분기 별로 듣더라구요.
상처가 크게 되잖아요.
그땐 힘들다가 또 ‘너 그 말한 거 후회하게 될거야. 어떤 앤지 보여줄게’ 이러면서 작업을 해요.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너는 싫어하지만 나랑 비슷한 사람 분명 세상에 존재하고, 내 작품 통해 위로받는 사람 존재하니까
네가 하는 생각이 기만일 수 있어’라고 딱 말해주고 싶어서 독하게 작업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긍정적인 반응도 돌아오니까. 또 그것도 나름 계기가 되고.
그치만 항상 그렇게 분기별로 나태해질 때쯤 찾아 오더라구요.
그때마다 ‘아 또 정신차리라고 누가 쓴 말 하는구나’ 하면서 정신 차려야겠다 싶고.
‘나 너네 위로하고 싶어’하고 작업을 내놓았는데
‘저거 약간 정신병 다루는 거 아니야 정신병있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그랬거든요.
이때부터 슬슬 생각한게 ‘아 누구도 나를 다 좋아할 순 없겠구나’,
제가 위로 하고 싶은 사람들, 위로 받을 사람만 위로해야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약간 작업하려면 독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경쟁심이 엄청 커가지고, 그 사람한테 지고 싶지 않다. 무너지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다.
예술가로서 생각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사실 아트페어 준비하면서 느꼈던 건데,
예술이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을 때 좀 많이 충격이었어요.
'지금 준비하는 게 재미가 없다'고 느껴서,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때도 지금도 그렇고, 저를 위한 미술을 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배웠는데 그 기술을 다 남을 위해 쓰고 있는 제가 보였어요.
그때부터 '재미없다, 이러려고 미술 시작한 거 아닌데' 생각이 들고,
그래서 다시 제 작품을 하는데 그 감정이 연장이 돼서 제 작품마저도 재미없다 느껴지더라구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민들레 만들면서도 재미없다 느꼈을 때가.
이런 적이 사실 처음이었어서, '내가 어떻게 미술을 재미없다 생각했었지?' 그랬던 것 같아요.
전 6살 때 부터 미술만 보고 살았는데
최근 아트페어 준비할 때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어려웠어요.
—
흘러흘러 도달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바다를 흐르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은?
제가 항상 한강을 지나서 학교를 오거든요. 그 물이 반짝반짝거리는 모습을 진짜 좋아해요.
그래서 너무 바다가 반짝반짝거려 눈이 부셔서 못 보고 있다가 좀 적응돼서 바다가 보였을 때,
그냥 제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이 딱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이 각자의 배를 타고 함께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랬을 때의 제 모습은 울고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같이 있어주고 함께 가고 있는 모습이 고마워서 울고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POB님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
저는 지금 흘러가고 있기보다 잠깐 쉬고 있는 느낌이에요.
쉬고있다 보다는 멈춰있다.
그냥 흘러가고 있다가, 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어디에 잠깐 땅 위(육지)로 올라와 쉬고 있는 모습?
@peace.or.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