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하시는 생각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일단 현실적인 건 ‘어떻게 하면 더 알려질까’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전주에서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왔다갔다했었거든요. 그렇게 하다가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돼서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뭔가 좀 더 많은 걸 하기 위해서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또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제가 많은 것들을 잃어가는 시기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를 다시 찾으려고 하고,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실제로도 그런 생각에서 많이 빠져나왔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어떤 친구를 만나면서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두려움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허무함, 사라짐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사람은 병이 들거나, 사고가 나거나, 죽거나 어쨌든 다 사라지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가 사진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 같아서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그 말이 너무 공감돼요. 다 영원하지 않으니까 순간이 영원할 수 있도록 남겨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새롭게 찍고 싶은 것도 생겼어요. 
이렇게 사라지는 것에 대해 솔직해지니까 오히려 힘이 생기는 거 같아요.



- 사진은 기록 매체니까 사라지더라도 사진으로 남잖아요. 그게 사진의 매력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그 순간을 원하는 대로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순간을 기록하는 건 그 시간 안에 우리가 존재했다는 걸 남기는 거잖아요. ‘그걸 우리가 기억하는 동안에는 영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순간을 영원으로 담아내는 것. 또 이걸 혼자 보는 게 아니라 나눌 수 있다는 것?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큰 매력은 순간의 영원이라는 것 같아요.


은총님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콕 집어서 가치라기보다는 저는 스스로를 위해서 사진을 시작했거든요. 제가 지금 니체 책을 읽고 있는데, 철학이 자기 삶이고, 삶이 철학이다 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약간 그런 것 같아요. 큰 가치를 세우기보다는 내가 좋은 사진을 찍고 좋은 일을 하려면 일단 내가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요. 너무 큰 가치를 세우면 욕심이 되는 것 같아서. 


어떤 계기로 사진을 찍게 되셨나요? 또 사진을 찍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전에는 제가 조금씩 좋아하고 잘하는 게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악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뭘 해야 될지 더 모르겠더라고요. 조금씩 조금씩 다 하니까. 그러다 졸업할 때쯤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잠깐 했어요. 그때 가게에 있는 DSLR로 처음 사진을 찍었는데, 주변에서 사진 잘 찍는다 이런 얘기를 툭툭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관심을 가지던 게 다 표현하는 것들이었는데, 그 방식이 다 저한테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그걸 표현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근데 음식은 표현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잖아요. 그래서 사진이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쯤 카메라랑 옷 한 벌, 배낭 이렇게만 들고 제주도에 갔었어요. 그때가 2019년도였는데, 그때는 보이는 곳마다 그냥 찍고 또 제가 찍은 사진에서 저를 많이 보게 됐어요. ‘내가 이걸 이렇게 봤다고?’ 하면서 충격까지 받았어요. 사진을 찍으면 그 사람이 대상에 얼마나 다가가서 찍었는지 알 수 있잖아요.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바라보는 건지도 다 보이고.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까 이런 게 다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20년도 10월부터 <it’s me> 시리즈를 하게 됐어요. 

<it's me> series work, 2021

<it’s me> 시리즈의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평소 알던 분들을 촬영하신 건지, 시리즈를 진행하며 만나게 된 분들인지 그리고 각각의 촬영 장소도 ‘자기 표현’이라는 의도에 맞게 그 분들 스스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고른건지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사실 활동이 많이 알려지진 않아서, 인스타에서 알게 된 분이 많아요. 최소 한 달 이상은 인스타로 지켜보다가 이 사람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면 컨택을 해요. 그리고 촬영 장소는, 일단 그 사람을 파악한 뒤에 시간을 보내고 거기서 나눈 대화들에서 캐치해요. 사실 자기가 원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되게 많단 말이에요. 싫어하는 걸 말하라고 하면 잘 말하는데, 좋아하는 걸 말하라고 하면 은근 말 못하잖아요. 그걸 먼저 알아봐주는 게 사진 찍는 사람의 역할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옛날 기억을 들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면서 떠오르는 곳에 가서 찍어요. 장소를 미리 정해놓지는 않아요. 그건 편견일 수 있으니까. 맞춰놓으면 거기에 우리가 따라가게 되잖아요. 근데 이 작업은 그런 게 아니니까, 우리의 대화 안에서 의미있는 곳을 찾아내는 거죠. 



카메라에 어떤 인물을 담을 때,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을 담고자 하시나요? 사진을 찍는 사람에 따라 같은 피사체라도 느낌이 정말 많이 달라지잖아요.

다른 피사체랑은 다르게 사람은 대화를 할 수 있고, 눈빛에서도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게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을 제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진 않아요. 사진에는 작가의 시선, 감정, 생각이 다 담기잖아요. 근데 거기에 찍히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 또한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이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히 인물이랑 촬영할 때는 형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들어가게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상업 촬영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것을 드러나게 하는 식으로요. 저는 사진에서 그 사람과 나눈 대화, 같이 보낸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이 느껴지는 게 좋더라고요. 나중에는 생각이 변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게 생각해요. 변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기도 하고.



- 촬영 전에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겠네요.
그것도 그렇지만,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까도 말했듯이 제 자신. 사람들은 동인이라고 하면 뭔가 큰 열정이나 긍정적인 걸 생각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거랑 다르게 ‘두려움'이 동인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남들의 생활 패턴이나 남들의 시선 이런 것에 쉽게 영향을 받지도 않고, 받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요. 제 것이 되게 확실해서. 그 대신 감정이나 생각은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아요. 여기서 불안을 스스로 생성하는 느낌. 이것 때문에 힘들기도 한데, 그래야만 더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조금 넓은 범위에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휴대폰 카메라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 사진작가의 경계는 어떻게 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찍는 도구보다는 사진을 사진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부분에서 욕심을 덜고, 어떤 걸 더 바라볼 건지처럼 ‘사진'을 생각하는 것. 그게 차이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은총님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 

'모르겠다'가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살면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면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생각이 많다보니까 남들이 생각하는 어느정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사실 잘 안 하거든요. 
예전에 엄청 힘들었을 때는 당장 오늘을 사는 게 되게 중요했어요. 그게 필요했었고. 그러다보니 오늘이 생기고, 내일이 생기고, 일주일이 생기고, 한달이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큰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로 살고 싶어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흘러흘러 도달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바다를 흐르고 있는 은총님의 모습은 어떨까요?

되게 평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바다처럼 파도도 치고, 가끔 사람들도 있고, 해도 지고… 되게 평범한 바다. 우리가 언제든 가면 볼 수 있는 바다. 그게 삶인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어떤 걸 이루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나라는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진 세상이잖아요 이 바다가. 
그래서 그냥 간간히 사람 지나가고, 파도치는 바다에 제가 그냥 서있을 것 같아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사람으로.









@lovelifre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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